<아리랑>은 전통 민요가 아니다

이런 노래가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우리가 아리랑이라고 하면 아는 노래는 이거 하나 뿐이다.

음악사적으로 '경기아리랑'이니 '정선아리랑'이니 뭣이니 하는게 있다고 떠들어봤자 소용없다. 한국의 일반 대중이 전통아리랑이라고 했을때 연상하는 것은 이거 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게 아마도 20세기 이전부터 전해져오는 작자미상의 고전민요이겠지 라는 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전통민요가 아니라 1926년 나운규가 만든 영화 <아리랑>에 삽입된 창작곡이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영화감독인 나운규이다. 나운규는 이렇게 말한다.

기자 曰 : ​
“한동안은 그것이 벌써 10년은 되었지만, 그때 서울이든 시골이든 어디에서든지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즐겨 부르던 아리랑의 이 주제가를 누가 지었어요?”

나운규 曰 :
“내가 지었소이다. 내가 어린 소학생 때에 청진서 회령까지 철도가 놓이기 시작했는데 ​그때 남쪽에서 오는 노동자들이 철로 길을 닦으면서 ​‘아리랑, 아리랑’하고 구슬픈 노래를 부르더군요. ​​그것이 어쩐지 가슴을 울려서 길 가다가도 그 노랫소리가 들리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들었어요. ​그리고는 애련하고 아름답게 넘어가는 그 멜로디를 혼자 외어 보았답니다. ​(……) 내가 예전에 듣던 그 멜로디를 생각해 내어서 가사를 짓고 곡보는 단성사 음악대에 부탁하여 만들었지요.”

http://arirang.iha.go.kr/service/story.nihc?folder_rowid=1


본인이 증언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아는 '아리랑'은 철도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읆조리던 노동요 가락를 기억하고 있던 나운규가 영화내용에 맞는 가사를 본인 창작으로 써 붙인것이다. 나운규가 들었던 노동요가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전통 아리랑이었을 그 노래는 나운규 <아리랑>의 모티브가  되어준 뒤 없어졌다는 말이다. 나운규 아리랑이 멜로디 측면에서 모티브가 된 노동요 가락과 얼마만큼 일치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저 나운규의 아리랑만 남았다. 원곡은 추정되고만 있을 뿐이다. 나운규 아리랑의 원류에 대해 문화컨텐츠진흥원에는 다음과 같은 계보를 그리고 있다.


위 계보에 따르면, 구아리랑(구조아리랑)이라는 것을 나운규 아리랑이 계승하였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구아리랑>이라는 것은 나운규가 참고하였다고 증언한 바와 같이 가사만 다르고 곡조는 같은 노래일까?

그렇지 않다. 소위 <구아리랑>이라는 노래는 나운규의 아리랑과는 '가사만 같고' 곡조는 다른 노래였다. 위에 인용한 나운규의 증언이 옳다면, <구아리랑>은 곡조가 유사하고 가사는 다른 노래여야 한다. 왜냐면 가사는 나운규가 지어붙였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위 영상에서 부르고 있는 <구아리랑>이 오히려 나운규의 아리랑 보다 나중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적어도 유튜브에서 발견한 <구아리랑>은 죄다 그렇다. 나운규의 가사에 멜로디만 다른 노래다. 이런 것을 <나운규 아리랑>의 모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나? 멜로디를 따왔고, 가사는 직접 썼다는 나운규의 증언과 완전히 상충되는 데 말이다. 

따라서 위에 링크된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첨부한 자료는 본문에 쓰인 바와 같이 '장르적 계보'일 뿐, <나운규 아리랑>의 원곡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제대로 시사하고 있지 못한다. 왜냐면 자료에서 명시한 <구아리랑>이 <나운규 아리랑>보다 이전에 나왔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운규 아리랑>이 철도노동자의 '아리랑 아리랑'하던 노래를 계승하였음이 분명하지만, 그 노래가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적어도 현대에 들어와 불리워지는 <구아리랑>은 아니다.

정리한다.

나운규는 1926년 영화 <아리랑>을 만들면서, 어릴적 들었던 철도노동자의 떼창을 '아리랑 아리랑'하던 가사와 멜로디만 대충 기억하고, 가사는 새로 썼다. 편곡을 단성사 음악대가 했으니 멜로디도 원곡과는 비슷할 뿐 다른 곡이다. 원곡은 완전히 잊혀졌고, 나운규와 단성사 음악대 공동 창작의 <아리랑>만 남아있다면, 이것을 전통민요라고 봐야 하나, 아니면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라고 보아야 하나.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노래, <아리랑>은 전통민요가 아니라 나운규 & 단성사 음악대 창작의 영화주제가라고 보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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